재개발·재건축 공사비 전수조사 해보니…2배나 올랐다 [집코노미]

입력 2024-03-02 08:00  


▶전형진 기자
요즘 아파트 공사비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조합과 건설사가 갈등을 빚고 있다는 기사 많이 보셨죠. 도대체 얼마나 오른 걸까요. 10년치 자료를 전수조사해봤습니다.


그래프는 서울시의 정비사업몽땅(옛 클린업시스템)에 2015년~올해 2월까지 올라온 시공사 선정 입찰공고를 취합한 자료입니다. 추세로만 봐도 최근 몇 년 동안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올해 시공사를 뽑는 조합들의 3.3㎡당 평균 공사비는 810만원으로 2015년 대비 두 배에 가깝죠.

▶전수조사 자료는 집코노미 주민센터에서 열람/다운로드 가능합니다
https://www.hankyung.com/jipconomy-house/


조합이 시공사를 선정할 땐 이렇게 공고를 내고 경쟁입찰에 부쳐야 하는데요. 이때 가장 중요한 게 공사비입니다. 통상 조합에서 상한가를 제시하고 이 가격 아래로 입찰할 건설사를 모집하는 것이죠. 그래서 공고상 예정가격(상한가)이 곧 공사비가 되는 편입니다. 그래프로 보여드리는 공사비는 입찰공고 당시의 예정가격 기준입니다.

이렇게 무서운 속도로 오른다면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만의 불행에 그칠까요. 내가 분양받는 아파트의 원가에도 영향을 미치죠. 전용면적 84㎡ 아파트의 원가는 얼마가 되는 걸까요. 통상 계약면적이 172㎡(옛 52평) 안팎인 점을 감안해 810만원(3.3㎡당 공사비) x 52로 계산해보면 전용 84㎡ 아파트의 원가는 4억2000만원 정도 나오게 됩니다. 시멘트만 부었는데 이미 4억을 넘겼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에 땅값과 인건비, 마케팅 비용도 녹아들면 도대체 얼마가 된다는 이야기일까요.


물가와 자재값이 오르고 있는 만큼 공사비 인상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긴 합니다. 건설사 입장에선 원래 약속했던 가격으론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 없는 시점이 도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때 조합에 공사비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갈등을 빚게 되는 것이죠.

건설사가 조합과 계약을 맺을 땐 물가 변동과 연계해 공사비를 조정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둡니다. 물가 변동이 반영 가능한 시점은 보통 '착공 이전까지'입니다. 착공을 하지 않고 버티는 현장이 많은 이유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물가는 어떤 지표일까요. 분명하게 정해두지 않은 경우 소비자물가지수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더 높은 값을 반영하려다 분쟁을 겪기도 합니다.


시공사 선정 시점 기준 3.3㎡당 공사비 순위를 내보면 이렇습니다. 공사비 1000만원 시대는 이미 서울 강북에서 열렸죠. 면면을 보면 대부분 최근 시공사를 선정한 조합들입니다. 최신 단지가 나올 때마다 순위를 업데이트 해야 할 정도로 공사비가 많이 올랐다는 것이죠. 향후 압구정과 성수 등지의 공사비가 어느 수준에 이를지 벌써부터 공포스러워집니다.


단위공사비가 아니라 구역 전체의 공사비로 보자면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규모가 순서대로 나옵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의 경우 지금도 다른 사업장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체급인데 4조원대로 공사비 인상이 예고된 상태죠. 이문4구역과 갈현1구역 등 강북 재개발도 규모가 굉장히 큰 사업장이란 걸 알 수 있죠. 표에서 노란색으로 칠해둔 곳들은 공사비 증액이 협의됐거나 논의중이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건설사들이 막무가내로 공사비를 올린 것은 아닙니다. 고급화와 연관된 부분도 있습니다. 일부 조합들은 공고를 통해 하이엔드급으로 제안할 것을 요구하고 있죠.


조합들의 콧대가 높아졌다는 건 입찰보증금의 규모를 통해서도 알 수 있는데요. 입찰보증금은 조합이 입찰 참여 명목으로 시공사에 요구하는 돈입니다. '패찰하며 돌려줄 테니 최소 이만큼은 걸고 들어오라'는 의미죠. 10년 전과 비교하면 숫자의 단위가 바뀌었습니다.

대어급 단지나 구역일수록 상상 이상으로 높은 보증금을 요구하기도 하는데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와 한남3구역의 경우 입찰보증금으로만 1500억을 조건으로 건 바 있습니다.


두 곳 이상의 건설사가 뭉치는 컨소시엄을 기피하는 경향도 강해졌습니다. 과거엔 규모가 큰 단지의 경우 여러 곳의 건설사가 뭉치는 일이 일반적이었습니다. 그만큼 사업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하지만 하자보수에서의 책임소재 문제, 아파트 브랜드의 정체성 등을 이유로 이를 꺼리는 조합이 늘고 있습니다. 제가 조사한 10년치 공고에서 120곳의 조합 중 55곳이 컨소시엄 불가를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최근으로 올수록 공고의 필수 조건이 되고 있죠.

아예 건설사의 도급순위를 조건으로 걸거나 회사채 신용도를 따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경쟁입찰이란 형태를 띠고 있지만 사실상 일부 업체로 대상을 한정짓는 것이죠. 이 같은 '꼼수'는 건설사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유찰을 막기 위한 '들러리 입찰'이 대표적입니다. 조합이 특정 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을 맺으려면 경쟁입찰이 두 차례 유찰돼야 하는데요. 이 과정이 번거롭고 지난한 만큼 처음부터 져줄 상대를 데려와서 가짜 경쟁입찰을 만드는 게 들러리 입찰입니다.


건설사가 원하는 공사비와 조합이 지불하려는 공사비의 괴리가 커지면서 시공사 선정 과정의 경쟁도 점차 식어가는 추세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에서 시공사를 선정한 107개 재개발·재건축 조합 가운데 70곳이 수의계약으로 파트너를 찾았습니다.

최근 3년으로 보면 39곳의 조합 중 27곳이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했습니다. 하지만 2015년~2017년까지 3년 동안 열린 35번의 수주전에서 수의계약은 8번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27번은 건설사들끼리 진검승부를 벌였죠. 3.3㎡당 400만원 중후반대의 공사비를 두고 말입니다.

공사비 전수조사 자료는 아래 링크의 집코노미 주민센터에서 열람 및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10년 동안의 수주전 결과에 대해서도 모두 기록해뒀으니 조합 또는 정비사업 수요자분들께 많은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조합의 입찰공고를 기준으로 정리했으며, 공고문에 공사비를 명시한 경우만 취합한 자료인 점 참고해주세요.

▶전수조사 자료는 집코노미 주민센터에서 열람/다운로드 가능합니다
https://www.hankyung.com/jipconomy-house/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재형·조희재 PD 디자인 이지영·박하영
편집 조희재·예수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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